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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24 07:19
평소에 관심이 많은 주제였는데 이렇게 잘 정리해 주셔서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덧붙이자면 한글 로마자 표기법은 단순히 한국인들의 편의를 위해, 즉 '언어학이고 뭐고 그냥 안 헷갈리게 만들자!' 하고 만들어 놓은 체계이기 때문에 저런 음운요소를 무시하고 G와 기역, K와 키읔을 일대일 대응시켜놨죠. 그래서 사실은 Gim이 맞긴 합니다만 성씨의 경우에는 관습적인 표기를 인정하기 때문에 Kim을 계속 사용해도 무방합니다.
18/01/24 08:02
요새 외국인 친구랑 언어교환하는데, 얘가 가/까/카 발음이 거의 똑같이해서 신기해 했는데.. 이런 이유들이 있었군요. 그나저나, 비빔밥에 3개에 다른 비읍 발음이라니...
18/01/24 08:04
그렇다면 음성은 유성g와 무성k로 나눠져있는데,
한국어음운의 /그/,/크/는 무성k라는 말씀이신건가요? 그럼 한국어의 /그/,/크/는 음성이랄까 학문이랄까 정량이랄까 이런걸로는 전혀 구분이 안되는 건가요??
18/01/24 08:27
구분이 되는데 그게 영어의 g/k 구분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정확한 얘기는 아니지만 거칠게 말하자면 한국어의 키읔 발음은 영어의 k 발음보다 더 강하게(?) 들린다는 얘기죠.
18/01/24 08:34
앞서 말했듯, 한 음운은 여러 음성을 지닐수가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대표성을 띄는 것을 대표음, 나머지를 변이음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어 음운 /그/는 위치에 따라 [k],[g],[k›] 등의 음성으로 발현됩니다. 이 중 변이 과정을 설명하기 쉬운 [k]이 대표음으로 설정됩니다. /크/음운은 역시 그 위치나 방법에 따라 [kh], [k›]으로 나타나고 [kh]가 대표음이 됩니다. 즉 [k›]음성(어말에 나타남)처럼 부분적으로 같은 음으로 나타날 수는 있습니다만, /크/는 무성음 [k]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역시 무성음 [k]라기 보다는 그 음성을 대표음으로 지닌 음운이라고 말하는 편이 타당합니다. 또한 /그/와 /크/가 의미를 구분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음운론적으로는 이미 구분이 되어 있는 것이죠.
18/01/24 08:09
조금 다른 얘기로 한국어랑 영어같은 외국어의 극명한 차이가 종성/받침의 발음이 아닐까도 싶더라고요.
한 예로 우리는 back이나 bag이나 /백/인데, 걔네는 /배크/,/배그/ (물론 ㅡ 발음은 없지만)로 구별이 되버리니 어렵더라고요 흐흐
18/01/24 09:04
어렸을때 궁금한적이 있었는데 이런 이유에서였군요!
지식이 짧아 백프로 다 이해하진 못했지만, 어쨋든 원인을 알게 됐으니 오래된 궁금증 하나가 해결됐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18/01/24 09:44
적어도 미국영어 kim과 우리말 김은 다른 소리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김의 기역-이 미국영어에는 없는 발음이라서 미국인에게는 k-로 들리는 것이고 미국인이 말하는 kim의 k-가 우리에게는 키읔-으로 들리는 거죠.
18/01/24 10:18
이건 제가 설명 드릴게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a를 보면 'ㅏ' 소리가 날 거라 생각을 하게 돼요. banana - '바나나' 라 생각하듯이요. 이건 일본의 영향을 받은게 커요. 일단 넘어 갈게요. 하지만 a 의 [기본소리]는 'ㅐ' 에요. bad - '배드' 하듯이요. 그래서 pak라 적는다면, '패크' 이렇게 발음 돼요. (실제로 제가 옆에서 제대로 발음 해드려서 소리를 실제로 들으면서 설명 들으면 더 좋을텐데 조금 아쉽네요.) a는 뒤에 r 이 올 때만 'ㅏ' 소리가 나요. car - '카r' 하듯이요. 그래서 우리나라 성 씨 '박'을 그나마 영어로 근접하게 적고 발음할 수 있는 것이 'park' 이 되는 거에요. 그럼 왜 banana는 '배내내'가 아닐까요? 위에 말씀 드린 [기본소리]는 강세를 가지고 있을 때 나는 소리를 뜻 해요. 강세는 모음에만 들어가요. bad, sad 같은 경우는 당연히 a에만 강세가 들어가겠죠. 하지만 모음이 여러개 일 때는 그 많은 모음 중 하나에만 (혹은 둘) 강세를 주게 돼요. banana는 가운데 a에 강세가 있고 거기만 'ㅐ'라 발음이 되고 그 외의 a는 '슈와' 소리가 나는데요. 이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해하기 가장 어려운 소리인데, '어' or '으' 정도의 소리입니다. 그래서 미국인이 banana를 말하면 우리한테는 '버내너' 정도로 들립니다. 그럼 단어를 딱 봤을 때 어디에 강세가 있는지는 어떻게 알죠? 모릅니다. 그래서 들어 봐야 됩니다. 원어민도 듣고 아는 거예요. 이건 우리도 마찬가지에요. '김밥'이란 글자만 보고 [김빱]이라 못 읽습니다. 누군가가 말한 걸듣고 알게된 거지요.
18/01/24 11:14
앗, 원래는 [김:밥]이 맞죠, 생활에서는 우리가 다 [김빱]이라고 하게 되죠.
그럼 다른 단어로는 본문에 나온 비빔밥이 있겠네요. 이건 [비빔빱]이 맞는 발음이고요. 하지만 절대 비빔밥을 보고 우리가 [비빔빱]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어요. 그냥 다 비빔빱이라고 하니까 따라서 비빔빱이라고 하게 되는거죠.
18/01/24 11:35
'김밥'의 표준 발음은 2016년 10월에 [김ː밥/김ː빱] 복수로 인정되었습니다.
http://stdweb1.korean.go.kr:8080/AttachFiles/notice/2016_3_4.pdf
18/01/24 10:30
재미있는 건 일본어 표기법에도 있어요. 분명 영어로는 tokyo라 쓰고 한글로는 도쿄라고 적으니까요. 그런데 일본어 탁음이 첫글자에 올때 혼란이 오는데, 그에 따라 금각사도 은각사도 한글 표기로는 긴카쿠지가 되는 일이 생깁니다.
18/07/08 22:35
한국인들은 금각사는 '킨카쿠지', 은각사는 '긴카쿠지'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발음은 금각사는 '긴카쿠지', 은각사는 (한글로 표현하기 힘든) '긴'보다 약한 발음이라서 '잉카쿠지'로도 들리죠.
18/01/24 11:12
대학 언어학 입문 시간에 배우고 여러모로 많은 궁금증이 해소됐던 부분이네요 흐흐.
이 얘기 보니 생각나는 게, 예전에 홍대에서 라멘집 경영하던 naoki라는 일본인이 있었는데, 여자(덕후) 손님들이 만화 긴타마(은혼) 얘기할 때마다 'kintama(=X알)'로 들린다던 얘기가 생각나네요.
18/01/24 12:48
사실 진짜 음성학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좀 더 복잡합니다. 오히려 더 간결할 수도 있겠네요. 한국어의 어두의 /그/ 발음은 음성학에서 이야기하는 [k] 발음이 아닙니다. IPA 상의 무성 무기 연구개 파열음 [k]는 한국어로 /끄/에 더 가깝습니다. 반면 한국어 어두의 /그/는 음성학적으로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무성 약기 연구개 파열음, 즉 약한 유기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실제 발음이 음성적으로 봤을 때, [kh], 즉 영어의 어두 /k/ 소리와 유사합니다. 다만 한국어 화자는 유기성을 약하게 발음하고 영어 화자는 강하게 발음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요약하면 이런 정도로 표현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어 음소: /k/ - [kh] [kh(약)] [k], /g/ - [g] 한국어 음소: /크/ - [kh], /그/ - [kh(약)], [g] /끄/ - [k], [g] (첨에는 화살표 이용해서 그렸었는데, 뭔가 스페이스가 제대로 반영이 안되는군요...? 그래서 좀 뭐가 복잡해 보이네요.. 아무튼 요는 한국어의 /그/ 음은 영어 음소 /k/와 꽤나 유사하다는 겁니다.) 사실 음성적으로 보면 그냥 적당히 잘 한 겁니다. 한국어의 /그/ 음과 같이 애매한(?) 소리를 표기할 만한 문자가 알파벳에 없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해되는 거기도 합니다. 비슷한 예로 한국어(포함 동아시아 언어)의 /ㅓ/ 발음도 알파벳으로 표현하기 힘들다 보니 그냥 /e/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거 보면 외국인들 대부분은 /ㅔ/라고 읽습니다.
18/01/25 02:07
그, 끄, 크
드, 뜨, 트 브, 쁘, 프 즈, 쯔, 츠 이 자음들 구분은 한국어만 하는가요?? 독일에 살았을 때 독일애한테 가다, 까다 이걸 들려줬는데 전혀 구분을 못했던 기억이 나네요~크크
18/07/08 22:43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순경음이니 뭐니 하면서 구분을 하려고 한거 같은데,
후대로 오면서 그냥 적당히 뭉뚱거려서 포기하게 되면서 문자체계에서의 구분이 없어진 듯 합니다.
18/07/07 04:09
[자다/짜다/차다]는 우리에게는 각기 다른뜻으로 받아들여지지요. 우리에게 즈,쯔,츠는 각기 다른 뜻을 가지고 있는 각기 다른 형태소입니다만, 외국어에서는 이렇게 발음하나 저렇게 발음하나 어차피 뜻은 하나인 하나의 형태소인 경우가 많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말에서는 경음(된소리/끄뜨쁘쓰쯔), 유기음(거센소리/크트프츠흐)이 다른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형태소로서 각각 역할을 하기에 구분되어 인식되지만, 그렇지 않은 언어가 모음인 분들에게는 다 같은소리로 들리기 쉽지요. 반대로, 우리말에는 유성음 무성음으로 뜻을 구분하지 않기에 두 소리 모두 하나의 형태소이기에 비빔밥에서 첫번째 비와 두번째 비를 같은 브로 받아들여지는 것이지요. 단어의 첫글자로 나오는 た를 타(혹은 따), だ를 다 라고로 나름 구분지어서 말한다고 해도 둘 다 た로 들리기 쉽다고 하더군요. L로 발음하나 R로 발음하나 어차피 한국어에서는 르인겁니다. 학생때 음운론 수업에서 교수님에게 들은 얘기로는 경음과 유기음으로 다른 형태소로가 되는 언어가 얼마 없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아프리카 부족 토착어까지 다 포함시켜도 5개가 안된다고 들었던거 같은데 15년전에 들었던거라 이건 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18/07/09 10:33
저도 같은 의문점 때문에 언어학이나 음성학 서적을 뒤져보면서 탐구했던 적이 있어 무척 반가운 글입니다. 전공자이신지 모르겠지만 정말 잘 정리하셨네요. 참고로 음성과 음운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는 모국어 화자들은 잘 알아채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터키어 화자의 경우 같은 모음도 열리고 닫히면서 음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이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정작 본인들은 전혀 알아채지 못하더군요. 아주 예민한 소수만 제 말을 이해합니다. 애당초 음성을 머리에서 음운으로 번역(?)하는 과정도 뇌의 개입이 상당한 정도로 이루어지는 것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사람마다 내는 음성도 아마 조금씩은 다를텐데 우리가 문제없이 알아듣는 것도 그러한 뇌의 개입 때문 아닐까 싶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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