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 논의가 정리되는 듯 한데, 요즘 등장한 쟁점 두 가지를 써 보겠습니다.
뭐, 타블로 글 보시기에 지겨우실 것도 같은데 저도 이것만 하고 그만 쓰렵니다. 여하튼 죄송.

1. 국적과 병역

현행 국적법은 2001년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개정이 이루어집니다. 그 이전, 그러니까 개정 국적법이 시행되기 이전, 정확히 말하면 이중국적이라는 것이 병역회피의 도구라는 점이 이슈화되어 논란이 벌어지기 이전에, 이중국적은 흔히 벌어지는 일이었습니다. 그 나라에서 태어나거나(출생으로 인한 취득), 그 나라에서 일정기간 이상 체류하거나(일반귀화 등), 자신의 양친 중 일방이 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거나 하는 일이 벌어지면 자동으로 국적을 취득하는 수반취득제도 등이 구미 각국에는 많이 마련되어 있었거든요. (우리나라에도 있습니다) 타블로가 92년에 캐나다의 시민권을 획득한 걸로 알려져 있는데, 그 때에 이중국적이라는 것은 이슈가 되기도 전입니다. 정치인들과 연예인들의 병역비리가 터져서 국민적으로 병역이행의 형평이 요구된 것은 상대적으로 최근의 일이고, 그 이후에 병역법이 전면개정되는 겁니다.

병역법의 전면적인 개정은 이중국적에 의한 한국국적의 자동상실제도를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제 1국민역으로 편입되는 경우 그로부터 2년 내에 한국 국적을 선택하지 아니하면 국적을 상실한다거나, 그 이후에 타국의 국적을 취득하게 된 경우, 그 때로부터 2년 내에 한국의 국적을 선택하지 아니하면 국적을 상실한다거나 하는 제도는 그 때에 마련된 것이죠. (이거 틀렸네요. 국적의 자동상실제도는 98년에도 있었고 그 이전에도 있었답니다. 죄송. 그러나 타블로의 92년 캐나다 국적취득에서 병역기피의 의사를 읽어낼 수 있느냐에 관하여는 아직도 회의적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타국의 국적취득이 금지되는 것도 아니구요. 여하튼 제 실수 부분은 그대로 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 이후에 한번 더 개정이 이루어지는데, 이 때는 제1국민역에 편입을 마친 자가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국적을 포기할 수 없는 것으로 바뀝니다. 불과 2~3년밖에 안 된 일이지요.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타블로가 병역이행을 하지 않았으므로 비난받아야 한다는 말이 맞는 말이 되기 위해서는, 이중국적이라는 것이 문제되기도 훨씬 전에 캐나다 시민권을 취득한 타블로의 행위가, 병역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무엇이었다고 인정할 만한 정황이 존재해야 합니다. 그런데 훨씬 이전부터 캐나다에 체류했고 이중국적을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온 사람이, 그 이후의 한국 사회의 법률적, 사회적 변화로 인해서 국적을 자동으로 상실하게 되었다고 해서 '병역기피'라는 딱지를 붙이는 게 과연 정당할까요? 그리고 보통의 상식으로, 이렇게 국적을 상실하게 된 타블로가 일부러 대한민국 국적을 재취득하여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가수활동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과연 온당합니까? 이 자리에서 이 글을 보고 있는 사람들 중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대한민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타블로가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할 아무런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타블로는 음악을 제공하고 그 댓가를 받아가고 있을 뿐이며, 공짜로 무엇을 얻어가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소득활동을 영위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하면 그게 말이 되는 것일까요? 타블로와 그들의 차이는 타블로는 연예인이라는 것이며, 고학력이라는 것이며, 그들보다 소득수준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병역의무를 이행해야만 한다는 점을 확정하기 위한 유의미한 차이라고 보는 데 매우 부족합니다. 국방의 의무는 돈이 많은 자든 돈이 없는 자든, 고학력이든 저학력이든 져야 하는 의무이며, 이들 사이에 차이가 생겨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국방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국적'인 것입니다.

따라서 타블로가 병역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것은 그가 책임질 수도, 책임질 이유도 없는 일에 대한 비난에 불과하고, 이는 온당하지 못합니다.

2. 외국인은 한국사회를 비판해서는 아니되는가?

기절초풍할 이야깁니다. 사회에 대한 비판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오히려 막아서는 안 되는 것에 해당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누구나 타인의 권리를 해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말이라는 걸 할 자유가 있고, 이는 부당하게 제한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사회에 대한 비판은 타인의 권리를 해하는 종류의 발언이 아님이 명백하고, 따라서 개인에게 부여된 말할 자유라는 걸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외국인이 한국 사회를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 정신병자에게 죽임당한 베트남 신부의 부모가 한국을 비판하는 것도 있어서는 아니되는 일이고, 미수다의 베라가 한국 사회에서 겪은 일에 대해 논평하는 것도 안 될 일입니다. 간혹 북한에 들어간 외국인 기자가 그 사진을 찍어 나와서 비판적인 멘트와 함께 게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도 안 될 일입니다. (이를 처벌한다거나 하는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죠)

타블로도 마찬가지입니다. 타블로가 사회의 비판을 어떤 식으로 어떤 매체로 하든지 그것이 타인의 권리를 해하지 않는 한 그는 그렇게 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것을 사회적으로 막는 분위기가 있다면 그건 그 사회가 문제인 겁니다. 외부의 비판에 귀를 닫고 국내에 국민으로서의 자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비판할 권리가 있다고 보는 사람이라면 그 편협한 시각을 고치라고 하고 싶습니다. 외국인이 하는 비판이라는 것은 다른 문화적 맥락에서 나오는 것으로서, 현실 사회에서 문제 해결 방식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수 있다는 순기능이 명백히 존재하고, 이를 막는 것이 오히려 폐쇄 지향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논란을 보다 보면 대체 왜 타블로가 그렇게 까여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에게는 학력 인증의 의무도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할 일은 다 했다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도피에 이은 병역 면제를 받은 자가 여당의 당 대표를 하고 있는 세상에서, 일개 연예인이 불과한 자가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국외추방 이야기까지 들어야 하는 상황은 넌센스입니다. 유승준의 예가 있지만, 유승준의 입국을 막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라는 것이 정치인들과의 비교를 통해 보면 지나치게 치졸한 것이 아닌지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이렇게 불합리하게 몰리고 몰린다면 누구라도 소송의 유혹에 시달릴 수밖에 없죠. 그러나 한편으로 타블로의 입장에서, 꽤 많은 수의 네티즌에게 빨간 줄을 그어 놓았거나 합의금을 받아냈을 경우 그들이 다시 나와 극렬 악플러가 될 가능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왓비가 수백명 수천명이 될 수 있는 것이죠. 그러나 이러한 고려를 해 보지 않았을 리 없는 타블로가 법적 조치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그만큼 왓비들의 공격이 집요했고, 그것이 충분히 한 사람을 괴롭게 만들었다는 위력적인 증거입니다. 이 정도 집요한 명예훼손에 대한 법정형이 왜 생각만큼 높지 않은지 생각해 보게 되는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