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학교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이슈는 단연 학사지원노조의 파업입니다. 신본관을 점거하며 농성에 들어간 노조에 맞서기 위해 학교본부는 이를 막기 위해 용역직원을 동원하는 등 강도 높은 대치사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것은 직원차별 철폐입니다.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을과 병(학사지원직원)사이에는 정직원 대비 80%, 65%라는 임금 차이가 있고 정년 등 각종 혜택에서도 차이를 두고 있습니다. 조교 출신인 병은 같은 채용방식을 거치지 않았다고 차별을 두는 거에요.

노조의 파업은 학생들에게 좋은 인식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성 장소가 본관 앞이기 때문에 졸업생들이 졸업앨범 촬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소음이 수업에 방해가 된다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유인물과 학교 안팎에 설치된 걸개가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다고 생각하는지 싫어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자유게시판을 보면 노조에 대한 비난과 조롱만이 가득합니다. 학생회도 학생들의 여론을 의식했는지 노조를 지지하는 입장을 취하진 않고 있어요.

전 어떤 방식으로 채용되었건 동일한 일을 하면서 다른 대우를 받는다는게 올바른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가끔 제가 노조의 투쟁을 이해한다는 취지로 말을 하면, 친구들은 잘 이해를 해 주지 못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본인이 받는 대우는 자신의 능력을 대변하는 것이고, 마땅히 이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에요. 억울하면 애초에 자신의 노력으로 사용자에게 비싼 가격에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했어야 하지 않겠냐는 말이지요.

물론 노조의 주장을 이해한다는 친구들도 소수나마 있어요. 하지만 이들은 노조의 투쟁에 도움을 주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오히려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투쟁은 지양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에요. 취지는 이해하나 본인의 피해를 감수하는 정도의 가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들의 공감은 자신의 겪는 피해를 감수하는 정도의 공감은 아닌가봐요.

전 2000년대 말에 대학에 입학했기 때문에 과거 대학교의 분위기는 잘 몰라요. 하지만 지금의 대학교는 제가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상상했던 대학생의 이미지, 지식인으로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이미지와는 전혀 달라요. 정말이지 하늘과 땅만큼 다른 것 같아요. 지금의 대학교는 지식의 상아탑 보다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생산하는 인큐베이터에 가까운 것 같아요.

현 대학생의 냉소와 무관심은 어디서 기인한 걸까요. IMF 이후 높아진 실업률과 신자유주의의 도래 등 다양한 이유를 들 수 있겠죠. 그렇지만 사회적 약자에 냉소하고 불의에 무관심한 친구들을 볼 때면 속상하고 답답한 것도 사실이에요. 지금의 현실이 어쨌든 그 정도의 여유를 가질 수는 있는 거잖아요.

물론 지금도 열심히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토론하는 대학생 친구들도 있어요. 그런 친구들과 있으면 고맙고 힘이 난답니다. 대학생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이 사회문제 참여에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겠죠. 취업 준비다 과제다 해서 바쁜 일들이 가득한 것도 부인할 수 없어요. 하지만 제가 정말 속상하고 때론 실망을 느끼는 건 일부가 아닌 대부분의 단순히 대학교를 취업을 위해 거쳐가는 이력 정도로만 생각하고, 그 의외의 것들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에요.

한밤중에 대학신문을 읽다가 괜스래 답답해져서 몇자 적어봐요. 과거의 대학은 어땠는지, 현재의 대학에 대해서 (특히 대학생)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