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출처:
https://www.thetimes.co.uk/edition/sport/no-one-remembers-park-but-we-know-he-was-just-as-important-as-ronaldo-hqqmt77wx
번역 출처:
https://www.fmkorea.com/2910807116 에펨코리아 CL
PGR에서 해당 칼럼의 존재는 달달합니다 님이
https://pgr21.com./spoent/49632 이 글을 통해 먼저 소개해주셨지만, 전문 번역이 있길래 가져와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목부터가 어그로가 아니라 정말로 'No one remembers Park but we know he was just as important as Ronaldo'이더군요.
단순히 박지성에 대한 언급 이외에도 루니가 가지고 있는 축구에 대한 가치관이나 전술론 등이 비춰지는 글이라 전문을 읽어보기에 꽤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요즘 많이 보는 넷플릭스 시리즈 <라스트 댄스>를 시청했다. 나도 미국 스포츠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짧게 경험했기에 더 흥미로웠다.
정말 재밌었던 부분은 슈퍼스타 마이클 조던이 승리를 위해서 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완전한 팀 플레이어가 되는 순간이었다. 실력을 자세히 몰랐던 스카티 피펜 같은 지원형 선수들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내 커리어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만약 12살 소년한테 호날두에 대해서 물어보면, "아, 맨유에서 대단했죠" 라고 바로 대답할 것이다. 반면에 박지성에 대해서 물어보면 그가 누구인지 전혀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박지성과 함께 뛰어본 나같은 선수들은 박지성이 호날두만큼 팀의 성공에 중요한 선수였다는 사실을 전부 다 알고 있다.
그 이유는 박지성의 팀 기여도에 있다. 나는 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타가 아니라 팀이다.
팀은 승리하고, 개인은 패배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항상 팀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 어린 선수들은 혼자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승리하는 법을 이해하려면 먼저 팀의 중요성을 이해해야 한다. 단순히 팀플레이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승 트로피를 따내기 위한 팀 정신력도 포함된다.
에버튼에 있을 때, 경기에서 이긴 날은 당연히 밤에 나가서 즐겼다.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는 달랐다. 맨유에서 승리는 당연한 것이었다. 2006년 리그컵 트로피가 내 첫 트로피였는데, 난 카디프에서 맨체스터로 돌아가면서 밤에 축하 파티를 열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전부 각자 집으로 바로 돌아갔다. 그래서 나도 그냥 집에서 TV를 봤다. 퍼거슨 감독 밑에서 승리는 그냥 우리의 임무였다.
팀의 형태와 조직 파괴자
팀을 위해 뛴다는 것은 감독의 지시를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 선수만 규율을 흐트려도 경기 계획 전체가 무너진다. 에버튼에 있을 때, 우리는 내려앉아서 수비를 해야 했는데 그라베센은 중원에 있다가 달려나가서 공을 가진 선수에게 무작정 압박하는 플레이를 즐겨했다. 팬들은 그런 적극성에 환호했지만 우리는 힘들었다. 상대 센터백이 그라베센의 압박에서 벗어나 패스를 돌리면 우리 중원에 큰 구멍이 뚫려버린다.
자유롭게 움직여도 되는 선수는 스트라이커밖에 없다. 우리 팀의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면, 스트라이커는 상대 키퍼를 압박해도 되고 공간을 찾아 움직여도 된다. 하지만 미드필더가 그렇게 움직인다면? 우리 공격수가 내려와서 자리를 메꿔야하나? 만약 상대 공격수가 비어있는 중원으로 내려온다면 우리 센터백이나 풀백이 따라나가야 하나? 미드필더 1명만 자리를 비워도 많은 선수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므로 팀의 형태는 핵심이다. 하지만 수비적인 팀도 이기기 위해선 가끔 도박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전략을 가장 잘 구사하는 팀 중에 하나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다. 지난 3월 안필드에서 열린 경기를 관전했다. 아틀레티코는 계속 내려앉아 있다가 70분 이후부터 '좋아, 이제 가보자' 라고 말하는 것처럼 몇 분 동안 전진하기 시작했다. 리버풀은 깜짝 놀란 것처럼 보였다.
아마 아틀레티코는 그 전략을 많이 연습했을 것이다. 갑자기 형태를 바꾸는 타이밍은 아마 센터백 중 하나, 또는 시메오네 감독이 직접 지시했을 것이다. 좋은 팀들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미리 준비한다. 1골차로 이기고 있을 때, 1골차로 지고 있을 때, 비기고 있을 때, 또는 전원 공격해야 할 때 등등에 맞춘 팀 형태가 다 연습되어 있다.
때때로 우리 팀의 형태를 위협하는 선수들이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유형의 선수들이다. MLS에서 시카고 파이어를 상대했는데, 슈바인슈타이거가 센터백으로 출전했다. 나는 얼마나 어려운 상대가 될지 알고 있었다. 슈바인슈타이거는 종종 이상한 위치에서 나타나고는 했고, 패스를 받으면 상대가 압박하기를 기다리다가 뺏기기 직전에 패스를 돌려서 상대를 물먹이는 플레이의 달인이었다.
물론 슈바인슈타이거는 내가 상대해왔던 센터백들보다 뛰어난 수비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수비하기에 굉장히 까다로웠던 상대였다. 경기 도중에 그는 왼쪽 윙으로 갔다가, 오른쪽 윙으로 갔다가하며 종잡을 수 없는 위치에서 나타났다. 그래서 나는 "이번엔 저기로 가, 네 마음대로 해라. 나는 압박 안하고 그냥 여기서 기다리련다." 라고 그에게 불평했다. 그러자 슈바인슈타이거가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마. 안 그래도 저기로 가려고 했어"
아무 스트라이커나 중앙 미드필더한테 물어봐도 된다.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유형 중에 하나가 공을 가지고 전진하는 센터백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또 다른 악몽 같은 유형은 램파드 유형의 미드필더다. 공이 측면으로 전개되면, 모두가 램파드가 박스 안으로 침투할 거라고 알고 있다. 퍼거슨 감독은 램파드 같은 선수들을 상대할 때면 한 선수가 맡으면 안되고 팀원들끼리 나눠서 맡아야 한다고 얘기했다.
램파드만이 아니라 스티븐 아일랜드, 저메인 제나스 같은 선수들을 만날 때도 퍼거슨 감독은 비슷한 지시를 했다. 왜냐면 그런 유형의 선수들이 박스 안으로 침투할 때면, 우리 중앙 미드필더와 센터백이 마킹을 바통 터치하는 것처럼 이어받아야 하는 순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팀 전체가 한 순간만 집중력을 잃으면 램파드 같은 최고의 선수들은 골로 응답한다.
그래서 난 포그바가 깊숙한 위치에서 뛰다가 공이 측면으로 전개되면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의 발기술과 운동 능력을 고려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골을 넣을 것이고 상대에게 악몽을 안겨줄 것이다. 내가 감독이라면 포그바에게 그런 역할을 맡기고 싶다.
커뮤니케이션
의사소통을 하지 않으면 팀이 한몸처럼 움직일 수 없다. 대부분의 팀에서는 3~4명의 선수들이 소리를 지르며 지시하는데, 맨유에서는 모든 선수들이 목소리를 냈다. 내가 뛴 모든 팀에서, 특히 DC 유나이티드와 더비 카운티에서 난 어린 선수들에게도 민망해하지 말고 나에게 소리를 지르라고 얘기한다. 모든 선수들의 움직임을 혼자서 파악할 수는 없다. 각자가 가진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모든 선수들이 의사소통을 하면 놀라운 결과를 만들 수 있다. 2017년, 에버튼에서 우리는 맨시티 원정을 가서 4-2-2-2 포메이션을 구사했다. 우리의 전략은 맨시티 선수들이 측면에서 공을 잡도록 놔두고 중앙을 틀어막는 거였다. 우리는 크로스 공격을 막아내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다.
우리는 거의 이길 뻔 했으나 후반에 스털링에게 동점골을 허용해서 1-1로 비겼다. 하지만 그 경기는 내가 뛰었던 경기 중에 가장 힘들었던 경기로 꼽을 만했다. 경기 내내 맨시티가 우리를 몰아붙였다. 우리는 계속 집중력을 유지하며 끊임없이 서로 대화했다. 한 선수만 집중력을 잃어도 문제가 생겨서 내리 4~5실점도 가능한 경기였다.
내가 제일 걱정한 선수는 톰 데이비스였다. 그는 어리고 혈기왕성해서 금방이라도 공을 뺏으러 뛰쳐나갈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그는 꽤 침착했고 굉장히 잘해줬다.
팀 빌딩
감독은 팀에 필요한 조각이 뭔지, 조각들을 어떻게 끼워맞출지에 대한 설계도를 그려야 한다. 내가 맨유로 이적했을 때, 퍼거슨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난 지금 팀을 리빌딩하고 있어. 호날두를 영입했는데 쟤는 최고의 선수가 될 것 같아. 이제 너도 샀고, 플레쳐가 1군으로 올라올 예정이지. 브라운, 오셔 같은 젊은 선수들과 긱스, 스콜스, 퍼디난드 같은 경험 많은 선수들을 조합시킬 거야."
그리고 퍼거슨 감독은 캐릭, 박지성, 비디치, 에브라, 테베즈, 하그리브스 같은 선수들을 영입했다. 우리는 퍼거슨 감독이 어떤 행보를 밟고 있는지, 어떻게 기존 선수들을 내보내고 있는지 볼 수 있었다. 로이 킨, 반 니스텔루이 같은 선수들을 내보낼 때는 "뭐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언제나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예를 들어 그는 호날두의 잠재력을 폭발시키기 위해 반 니스텔루이를 정리했다.
팀 플레이어
당시 맨유의 빅 게임들을 돌려보면, 언제나 박지성 또는 플레쳐가 출전했다. 둘 다 나온 경기들도 있었다. 그들은 팀의 핵심적인 존재였다. 나, 호날두, 테베즈 같은 선수들이 1면을 장식했지만 팀 기여도를 생각하면 박지성, 플레쳐는 우리만큼, 어쩌면 더 중요한 선수들이었다. 선수단 안에서는 모두가 그 점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팀을 위해 희생하는 능력이 너무 뛰어났기 때문에, 그들 개인의 실력이 과소평가받기도 했다.
플레쳐와 박지성은 우리 팀의 성장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나는 AC 밀란과의 경기 전 퍼거슨 감독의 라커룸 대화를 기억한다. 그는 박지성에게 진짜로 이렇게 말했다. "오늘 너의 임무는 공을 터치하는 것도, 패스를 연결하는 것도 아니다. 너의 임무는 피를로다. 그거 하나다. 피를로."
그 당시 피를로는 경기당 평균 패스 110개 같은 터무니없는 기록을 찍고 있었다. 그 중 60~70개는 위협적인 전진 패스였다. 피를로의 기술 중 하나는, 풀백에게 공을 받자마자 원터치로 우리 센터백을 넘기는 패스를 찔러서 셰브첸코나 카카 같은 공격수들에게 연결해주는 거였다. 내가 본 선수 중에 그런 패스를 제일 잘하는 선수가 피를로였다.
그래서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에게 이렇게 말했다. "피를로가 그런 패스를 하도록 허용하면 안된다. 1미터도 떨어져서는 안되고 1초도 늦어서는 안된다." 내 기억으로는, 그 경기에서 피를로는 패스를 40개 정도밖에 하지 못했고 95%가 백패스였다. 왜냐하면 박지성이 믿을 수 없는 수준으로 감독의 지시를 완벽히 수행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박지성에게 고마워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박지성이 그날 밤 맡았던 임무는 너무나 어려웠기 때문이다.
조합
팀 안에서 잘 맞는 조합을 만들어야 하고, 그 파트너십 안에서도 리더가 있어야 한다. 수비, 미드필드, 공격 각 라인마다 주도권을 가진 선수가 있어야 한다. 맨유에서 수비진의 리더는 언제나 퍼디난드였다. 나는 비디치가 주장이 되었을 때 깜짝 놀랐다. 스콜스와 캐릭이 중원을 리드했고, 포워드 라인을 조율한 사람은 나였던 것 같다.
뛰어난 개인보다 뛰어난 조합이 훨씬 상대하기 어렵다. 첼시를 상대할 때, 테리-카르발료 조합이 나오면 너무 힘들었다. 근데 둘 중에 하나만 빠져도 차이가 엄청 심하게 느껴졌다. 공격도 조합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맨유에 뛰어난 공격수들이 많았다고 얘기하지만, 실제로 우리 팀의 가장 큰 장점은 엄청난 역습 능력이었다. 우리는 진영을 갖추고 수비하다가, 공을 따내면 달려나갔다.
우리는 우리 골문 앞에서부터 상대 골문까지 역습하는 훈련을 했다. 훈련할 때 제한시간은 8초였다. 스트라이커는 하프라인에 있고, 나머지 두 명은 우리 골대 앞에서 출발했다. 둘 중 하나가 공을 스트라이커에게 보낸 후에, 같이 달려가서 스트라이커와 합류해야 했다. 수비는 2명이었고 우리는 8초 안에 득점해야 했다.
호날두, 박지성, 나니, 그리고 내가 정확한 방향으로 달려나가면 누구도 우리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2009년 챔스 4강전에서 호날두가 아스날을 상대로 넣은 골이나, 2007년 볼튼을 상대로 내가 넣었던 골은 다 그 훈련의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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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튼 원정은 언제나 끔찍했다. 굉장히 육체적인 경기였고 몸싸움에서 이겨야 경기를 이길 수 있었다. 에브라는 케빈 데이비스를 증오한다고 얘기한 적도 있다. 스로인 상황에서 데이비스는 풀백을 상대로 팔꿈치를 휘두르며 방해했고, 공이 라인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발을 들이밀며 파울을 하고는 했다.
볼튼 원정 때문에 사실상 피케의 맨유 커리어가 끝장났다. 피케는 어렸고, 볼튼 선수들한테 참교육을 당했다. 내 생각에는 그때 퍼거슨 감독이 피케가 프리미어 리그에 맞지 않다고 판단을 내린 것 같다. 반면 비디치는 볼튼 원정이나 첼시 경기(드록바)를 대비할 때면 경기 2~3일 전부터 헬스장에서 펌핑을 하고는 했다.
볼튼은 꽤 실력도 있는 팀이었고, 그들은 팀으로 뭉쳐서 좋은 결과를 얻어내고는 했다. 팀플레이로 약팀이 강팀을 잡는 전형적인 패턴이었다. 2008년 챔스 4강에서 우리가 바르샤를 잡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180분 내내 바르샤가 우리보다 좋은 축구를 했다. 하지만 우리는 열심히 뛰며 버텼고, 어느 정도 운도 따라줬다. 진짜 좋은 팀들은 때로는 힘들게 이겨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