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을 보고나서, 참을 수 없는 찬양심을 피쟐러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 올리는 썩힝글입니다.
아주 약간의 스포가 있으니, 아직 안 보신 분들 중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순백의 상태에서 보고싶으신 분들은 재빨리 뒤로가기를 클릭해주세요.-







인셉션의 크리스토퍼 놀란이 정말 대단한 이유는, 사실 알고보면 정말 황당한 상상인 테마를 심지어 판에 박힌 것 같은 느낌이 들 만큼 치밀한 이야기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데에 있다.

내가 영화감독이라고 가정해보자.

"꿈을 훔친다, 사람의 꿈 속에 들어가 꿈속의 무의식을 조종하여 생각을 바꾸어 놓는다"
라는 주제가 주어졌다고 생각해보자.

이걸 그냥 환상의 세계 그대로 연출해내는 건 오히려 간단한 일이다.
예컨대 팀버튼이라면, "희한한 옷을 입은 능력자(나 요정, 히어로 등등)가 사람의 꿈 속을 자유롭게 들락날락하면서 꿈을 조종하고 생각을 바꾼다. 그로부터 비롯되는 약간은 음울하지만 유쾌한 소동"이라는 식으로 테마의 상상력을 상상의 세계 그대로, 아기자기하니 몽환적인 배경을 그대로 살려 연출해낼 것이다.
물론 그 아기자기한 연출 자체가 나로선 불가능한 일이긴 하겠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 것 같다.
상상을 상상 그대로 두는 것은 더 이상의 매개가 필요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꿈을 훔친다"는 테마를 황당하지 않은 이야기로 만들어라, 현실의 이야기처럼 연출해내라, 라고 한다면, 몇날 며칠동안 머리를 쥐어뜯다가 결국 gg를 쳐버리고 말았을 것 같다.

꿈을 훔친다는 상상의 세계를 '상상의 세계'가 아닌 '현실적 인과의 세계'로 끌어내고, 그 안에서 치밀성을 부여하려면 정말 많은 매개가 필요하다.
-이야기구조의 면에서 보자면, 킥과 림보, 꿈의 단계별로 시간의 흐름에 차이가 생기는 등등의 설정이 필요하다-

최소한 주제의 황당성 때문에 어찌할 수 없는 정도의 허술함은 미려한 편집과 눈속임으로 적어도 보는 동안에는 캐치할 수 없도록 할 수 있는 연출력은 필요하다.

사람들은 팀버튼의 영화를 보면서는 "저거 뭐야, 말이 안되잖아"라는 말을 하지 않지만, 놀란의 영화를 보면서는 그런 말을 할 수 있기에, 놀란에게는 그것을 커버할 과제까지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놀란이 연출해 낸 것은...... 이미 본 사람이라면, 본 그대로다.
어느 누가 인셉션을 보기 전에, 인셉션 이상을 상상해낼 수 있었을까.



적절한 예일지는 모르겠지만, 스타로 치면 정말로 참신하고 황당한 엽기빌드를 만들어내는 것과 그 황당한 빌드를 정석빌드화하는 것의 차이 정도의 느낌이랄까.



쓰고보니 마치 까는 것처럼 돼버렸지만, 난 사실 팀버튼도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어쨌든, 다들 인셉션은 꼭 보시길. 꼭!
그렇다고 너무 날을 세우고 '그래, 니가 그렇게 싸움...아니 영화를 잘 만들어?' 하면서 보시지 말고, 그냥 즐기시길.
너무 날 세우다가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기대치에서 그 영화를 충분히 즐길 기회를 놓치는 건, 온전히 자신의 손해일 뿐이니까.